한국 직장생활 7

한국 직장생활 7: 뜻밖의 수확

그렇게 홍보팀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 업무지원팀으로 이팀하게 되었다. 내 업무가 변하는 건 없기 때문에 일적으로는 부담이 없었으나, 맡고 있던 업무를 위 팀장과 임원에게 설명하는 것이 힘들었다. 홍보팀에 처음 이직했을 때, 새 담당자로서 일을 배울 때도 고생을 했었다. 업무 히스토리 파악하고, 실제 수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익혀야 하고, Lessons Learned 익혀야 하고.. 그런데 아예 새 조직에 내 업무를 들고 들어가는 일은 그것과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고생스러웠다. 마치 학생으로서 모르는 것을 공부할 때 어려운 것과, 선생으로서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에게 가르칠 때의 어려움이 다른 것과 같았다. 물론 어차피 업무야 담당자인 내가 한다. Easy going한 윗사람을 만날 경우, 또 평..

한국 직장생활 2024.03.14

한국 직장생활 6: 기업 CSR이 뭔지 알 것도 같아요..그런데?

인수인계받은 사내 사회공헌활동을 정신없이 진행하면서 점점 업무가 익숙해졌다. 이런저런 사회공헌활동이 많았지만 그 중 특별한 것 몇 가지를 얘기하자면, 병원과 협업해서 베트남에서 안면 기형 아동들에게 무료 수술을 해주는 사업이었다. 주로 입술이 갈라져서 태어나는 애들을 위한 수술인데, 사업도 사업이었지만 매 년 베트남에 갈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물론 관광은 거의 못하고 거의 사업에만 몰두하다 왔어야 하긴 했지만 짬을 내서 반나절 정도는 시내 구경도 하고, 음식도 먹고 올 수 있었기 때문에 힘들긴 해도 즐거웠다. 또 다른 활동은 임직원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가종동반 봉사활동이었다. 연에 4번 정도 진행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즐겁게 일했던 활동이었다. 거의 매 번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 복지관과..

한국 직장생활 2024.03.10

한국 직장생활 5: 김 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

그렇게 팀 이동에 대한 의사를 피력하고 나서, 당시 사회공헌활동을 담당하고 있던 홍보팀 팀원 및 팀장님과 면담을 가졌다. 홍보팀장님께서는 사외 전문가 채용보다는 사내의 검증된 공채 인력을 끌어오는 것이 더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하셨다. 이건 당시 기업사회공헌 트렌드이기도 했다. 전공보다는 회사 문화를 더 잘 아는 사람을 쓰는 것. 또 대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기획해 본 경험도 남들과 다른 차별점으로 봐 주셨다. 결국은 어렵지 않게 OK사인이 났고, 팀 이동이 결정되었다. 생각해 보면 한 번 이미 전공을 져버리고 팀을 이동했었기 때문에, 두 번째 이동은 그런 측면에서는 더 쉽게 결정했던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나를 믿고 받아줬던 시스템 팀에는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녀석 받아주고 키..

한국 직장생활 2024.03.04

한국 직장생활 4 : 또다른 갈림길

일이 점점 손에 익어가면서 두 번째 팀에서의 생활은 꽤 만족스러웠다. 컴퓨터 전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그래밍과 DB구조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는 좌절감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구글링도 하고 어깨 너머로 코딩도 배우면서 어떻게든 극복하곤 했다. 가끔가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때는 성취감도 들었고 어떨 때는 토목보다 적성에 잘 맞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일이 재밌는 동시에 또다른 걱정거리도 생겼다. 이 업무능력을 활용할 업계가 좁아도 너무 좁다는 게 문제였다.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도 유니크하고 국내에서 플랜트 업계의 대형 건설사에서밖에 쓰지 않는 솔루션이었기 때문에, 같은 솔루션을 다루는 업계 사람들끼리는 이미 다 아는 사이였다. 나 역시 가끔씩 업계 모임이다 세미나다 해서 만났..

한국 직장생활 2024.02.23

한국 직장생활 3: 데이타베이스가 뭐예요?

15년도 3월, 새로운 팀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팀 규모는 20명 남짓으로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회사 조직도 상 현업 팀으로 분류되어 있는 팀이었지만 팀 성격은 주로 서포팅에 가까웠다. 건설회사니 만큼 설계, 시공, 또는 프로젝트 관리와 같은 전문 분야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들을 일선에서 사용하는 유저들을 위해 유지, 보수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3D 모델링과 같은 프로그램을 다룰 경우, 보다 전문적 지식이 필요했기에 직접 프로젝트 소속으로 들어가 그 프로그램만 전담하기도 했다. 서로 담당하는 프로그램이 달라 팀원들 대부분의 업무가 서로 겹치지 않다는 점이 설계에서 넘어오는 나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팀원들 대부분이 과장 이하로 전반적으로 젊은 팀이었다. 동기도 2명이나..

한국 직장생활 2024.02.16

한국 직장생활 2: 나도 퇴사할거야

마침 그 시기는 직장인들의 '퇴사 붐' 이 한창인 시기기도 했다. 어떤 유명한 사람은 삼성을 퇴사하고 '퇴사학교' 라는 것을 설립하기도 했다. 직장에서 제대로 된 이상을 실현 못하고 자괴감만 들어가던 사람들이 퇴사를 하고, 퇴사 성공 수기 같은 것들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이 시기인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퇴사와 더불어 세계여행이 또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내 친구 중 하나는 아예 몇 년동안 세계를 떠돌며 여행을 하고 다니기도 했고.. 2년차때인가 이 녀석을 만나서 여행하러 스페인에 다녀오기도 했다. 지금은 MZ들의 '조용한 퇴사' 가 또 다른 트렌드인 시점이지만..이 때는 MZ라는 말도 없었다. 이런 저런 퇴사와 여행에 관련된 컨텐츠들을 계속 접하면서, 맘에 안 드는 직업은 때려치고 뭔가 어떻게든 퇴..

한국 직장생활 2024.02.13

한국 직장생활 1: 달콤쌉쓰름한 첫 사회생활의 추억

나는 첫 직장에서 거의 10년을 보냈다. 그래서 인생의 꽤 많은 부분을 한 회사에서 지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그 10년이라는 과정 동안 한 회사에서 무려 5팀에 이르는 많은 팀들을 전전했다. 단순 업무만 달라지는 게 아닌 업무 성격이 완전히 다른 여러 팀을 전전해서 마치 다른 회사를 다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회사가 체계가 잡혀 있는 대기업이었기에 저변에 깔려있는 문화와 의식 수준은 비슷했지만 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업무 처리 방식과 사람들과의 교류는 흥미롭고 오랜 회사생활동안 활력을 주기도 하고 좌절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가진 것은 어떻게 보면 무기이고 축복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제대로 된 전문 업무역량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동기..

한국 직장생활 2024.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