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활/캐나다 직장생활

캘거리 시청 인턴 생활 (1) - 지원부터 면접까지

따윤 2023. 11. 14. 12:42

- 목 차 - 
캘거리 시청 인턴 생활 (1) - 지원부터 면접까지 

캘거리 시청 인턴 생활 (2) - 첫 출근!
캘거리 시청 인턴 생활 (3) - 인턴은 무슨 일을 하는가

캘거리 시청 인턴 생활 (4) - 직장 내 인간관계

 

때는 2022년 1월경.. 캘거리 대학에서의 두 번째 학기로 한창 정신 없을 무렵이었습니다. 캐나다 학기제가 봄/겨울에 집중되고 여름방학이 긴 이유가 그냥 여름에 많이 놀라는 의미인 줄로만 알았는데.. '여름 인턴' 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순진했던(?) 저는 그저 여름에 놀러 다닐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말이죠. 이 때만 해도 사실 생활비의 압박도 크게 느끼지 못할 때였기도 했고.. 아무튼 4개월 정도 되는 긴 여름 방학 동안 그냥 놀기만 하는 친구들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름 인턴을 꽤 일찍부터..즉 1월부터 뽑는다는 얘기두요. 
그렇게 설렁설렁 인디드라는 사이트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로 치면 사람인과 같은 구직 사이트더군요. 많지는 않았지만 아직 1월달임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벌써부터 여름 인턴을 모집하는 공고들이 몇몇 올라와 있었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취직도 해야 하니 연습 겸 몇 군데를 지원해 보기로 했습니다. 
지원한 곳은 크게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와 건설회사였습니다. 컨설팅 회사들은 현재 배우고 있는 환경공학을 써 먹기 좋았고, 건설회사는 한국에서의 경력을 내세우기에 좋았죠(실제 건설현장 경험이 얼마나 되느냐와는 관계없이..). 하여튼 몇 군데는 연락이 없고, 처음으로 연락이 온 곳은 PCL건설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캐나다에서 그래도 괜찮은 회사 중에 하나였죠. 처음에는 폰 스크리닝을 하고, 2차는 녹화 인터뷰, 3차로 대면 인터뷰까지 갔습니다.

녹화 인터뷰 이메일. 녹화 인터뷰는 처음이라..

 
이후 대면 인터뷰까지 가서 HR담당자 2명과 대면 인터뷰도 진행했습지만, 결과적으로는 떨어졌습니다. 인터뷰도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했던 것 같고요..아마 근무지가 Lethbridge 인근의 현장까지 가야 하는 먼 곳이기 때문에 붙는다 해도 주말부부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부담이 되었던 것으로 생각 됩니다. 
 

최종 불합격 통보 이메일. 저 Future endeavor라는 문구는 정말 나중에 지겹게 많이 보게 됩니다. ㅎㅎㅎ

 
PCL이 가장 합격에 가까워 왔었던 회사였고,,나머지 회사들은 거의 1차에서 떨어졌습니다. 이미 시간이 2달정도 흘러 거의 3월이 다 되어갔기 때문에 이번 여름인턴은 나는 없나보다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끝자락에 뜬 공고가 캘거리 시청에서 뜬 여름 인턴 공고였습니다. 
 
시청에서는 여름 인턴을 모든 부서에 걸쳐 대대적으로 모집합니다. 그 중에서 제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은 물/환경 관련된 곳이 있었는데, Watershed (유역)관리 팀과 River Engineering 팀에 지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곳에 다 지원을 했고, 그 중 한 곳에서 인터뷰 이메일을 받게 됩니다!

총 3명의 인터뷰어와 면접이 잡혔다.

이에 만반의 면접 준비를 하고, 팀즈를 통한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어는 총 3명으로 팀장님과 그 밑의 시니어 팀원 2명이었습니다. HR 직원이 없는 인터뷰라서 좀 안심했습니다. 좀 더 경험과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HR에서는 보통 인상이나 그 외의 것들도 보는것 같았구요(PCL의 HR 2명과의 인터뷰 경험으로 봐서는). 주로 한국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할 때의 경험을 중심으로 해서, 마지막 팀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할 때 회사 외부 Stakeholder들 - 즉 일반 대중들- 과의 interaction이 많았다는 점을 주로 어필했습니다. 시청 직원들의 고객은 시민들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관점에서 일반 대중을 고객으로 여기는 일을 했고 해당 일을 하며 어떤 마인드셋을 가졌는지 얘기하는 게, 기술적인 부분 이외에도 공무원들과 공통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제 생각에는 이 전략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일반 대중이 업무의 주 고객이었다는 얘기를 하자, 인터뷰어 쪽에서도 말이 많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기네도 시민을 위해 일을 하고,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캐나다의 인터뷰 문화를 잘 알지는 못하는 저로서도 이것이 좋은 사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점으로는 제가 한국에서 직장생활 경력이 꽤 있다는 점을 알아주는 듯 했습니다. 거의 10년 가까이 한 회사에서 일하다 왔기 때문에, 면접관 중 한 명은 너는 지금 들어오면 내 상사 해도 될거 같다는 다소 입바른(?) 얘기까지 해 주었습니다. 물론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요... 캐나다에서 나고 자라서 대학 졸업하지 않은, 저처럼 이민자의 경우에는 경력이 어느정도 없다면 꽤나 불리할 것으로 생각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실제로 인턴이 아닌 정규직 지원할 때도 외국 경려은 꽤나..아니 거의 후려칩니다. 실제로..

그리고..바로 인터뷰 다다음날! 레퍼런스 첵이 필요하다는 메일이 면접관 중 한 명에게 왔습니다. (알고 보니 이분이 이후에 제 사수가 될 분이었습니다) 레퍼런스는 전 직장 또는 현재 대학교에 있는 교수님 중 한 명에게 받는 게 필요했는데, 간단한 서류와 함께 전화통화가 필요해 당시 수업을 듣던 교수들 중 한 분에게 어렵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흔쾌히 수락해 주시더군요.
렢첵 이후 한 2주일 정도 소식이 없었는데, 같은 과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레퍼런스 체크 하면 거의 99프로 합격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했습니다. 당시 같은 과 친구들 중에서는 여름 인턴을 하고 싶었지만 다 떨어진 친구들도 있고 해서 뭔가 부러움을 사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후 합격 소식은 당시 면접을 봤던 3 분중 팀장님이었던 S에게 전화로 통보받게 됩니다.

"하이, 면접 본거 관련해서 이번에 너를 뽑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생각하고 자시고가 어딧음?) "당연히 가고 싶지!! 무조건 Accept할게!"
"오키~ 그러면 지금부터 terms and condition 얘기해 줄게. 나중에 메일로도 보낼 거니까 사인해서 회신하면 돼!"

PCL 면접에도 떨어지고 다른 여러 곳에도 떨어졌던 터라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이렇게 막판에 극적으로 인턴이 되게 되었습니다. 사기업도 아니고 공기업이기 때문에 나중에 여러 모로 경력으로 어필하기에도 좋을 것이고, 또 나름 페이도 쎕니다. 그렇게 합격의 기쁨을 갖고, 실제 업무 시작일인 5월 1일까지는 별다른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습니다. 저도 학기를 마무리 하느라 바빴고, 어차피 채용도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학기 마무리.. 이후 대망의 첫 출근일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