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 시청 인턴 생활 (2) - 첫 출근!
캘거리 시청 인턴 생활 (3) - 인턴은 무슨 일을 하는가
캘거리 시청 인턴 생활 (4) - 직장 내 인간관계
고작 4개월 짜리 인턴이 무슨 인간관계까지 신경쓰랴..?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서 훗날이 달라질 수도 있다.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게다가 난 한국 대기업 이팀 저팀에서 9년 이상을 구르다 온 베테랑직원 아닌가? 인간관계를 맺고 한국인만의 성실함을 보여준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S팀장님
S팀장님은 나를 뽑아주신 3명의 면접관 중 한 분이었다. 주로 남자 엔지니어들로 가득한 팀에서 흔치 않은 여성 팀장님이셨다. 성격도 시원시원하시고 리더십도 있어 팀원들이 잘 따르는 게 눈에 보였다. 단지 좀 직장에서 멀리 사셔서 (편도 2시간)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일주일에 2번만 출근하시고 나머지는 집에서 재택 근무 하시는 듯.. 코로나 여파 때 멀리 이사를 간 것으로 생각됐다.
한국에서는 퇴근 시간에 직장 선배님들께 당연히 인사를 드리고 퇴근을 하는데,, 워터 센터에서 인턴들은 하필 다른 층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 줬다. 인턴들은 3층, 소속팀은 4층.. 그래도 나는 인사를 드리고 가는 게 예의일 것 같아서 퇴근 시간인 5시 쯤에 올라갔더니 그 얼마 안 되는 팀원들(팀원이 9명 정도였다) 중 자리에 있는 사람이 소수였다.. 원래 근무시간은 8-5이지만 다들 조금씩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 같았다. 자연스러운 Flexible time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마침 팀장님이 계셔서 퇴근인사를 했더니 굳이 인사하러 올라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하셨다. 둘이 얘기할 기회가 얼마 없어 한국 직장 문화와 여기의 문화가 좀 다른것 같다고 스몰톡을 했고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 본 결과, 어쨌든 캐나다 직장 문화는 좀 더 자유롭고 느슨한 것 같긴 한데, 여기는 그 와중에도 공무원 사회라 더욱 더 느슨한 것으로 생각 된다.
팀원들
우리 River Engineering 팀은 약 9명 정도였고, Technologist 1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꽤 경력을 가진 P.Eng 였다. 면접관 중 하나였던 N은 내 사수로 임명되어 이런저런 임무를 주었는데, 나이가 꽤 많은 중동계 아저씨였다. 개인사를 잘 얘기하진 않았는데 딸이 벤쿠버에서 대학에 다닌다는 얘기로 보아 나이가 최소 50대 중후반은 되는 것 같았다.
섬머 인턴이다 보니 그렇게 어려운 일을 맡기지는 않았다.(예전글 참조) 그리고 딱히 개인적인 교류를 원하는 눈치도 아니라서 주어진 일에만 충실히 하고, 뒷말(?) 아니 평가가 나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사실 뭐 인턴을 해서 정규직으로 연결 되지는 않아 평가가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나중에 Reference 체크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또 다른 면접관인 J는 나 말고 동기 인턴인 A의 사수가 됐는데, 완전 캘거리 출신 백인 캐나다인이었다. 경력이 10년가량 된 P.Eng였는데 이것 저것 도움 되는 얘기를 많이 해 주었다. 특히 이민자로서 캐나다 사회에 녹아내리기가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한번 일자리만 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탄탄 대로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첫 직장으로는 공무원 사회를 추천하진 않는다고 했다. 물론 씨티에서 E.I.T.를 안 뽑는 것은 아니지만, 씨티는 주로 일거리를 주는 입장이고 사기업이 일거리를 받아서 처리하는 입장이다 보니, 씨티에서의 E.I.T.가 제대로 된 기술 업무를 할 기회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자기는 첫 직장이었던 5명짜리 회사에서 일 할 때 가장 기량이 많이 는 것 같다며 작은 회사를 들어가기를 추천했다. 물론 씨티에 비해서 업무로드가 엄청 늘어날 것은 각오하라고 했다.(그래봤자 저는 한국에서 왔다구요)
Techonologist인 D는 엄청 특이하고 유쾌한 친구였는데, 씨티에서 일한지 꽤 오래 됐고 건물 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 처럼 모두와 인사를 하고 다녔다. 사수인 N와 같은 프로젝을 많이 하는 관계로 나랑도 몇 번 함께 다녔는데, 한번 유량을 체크하기 위해 공원에 나갔다가 점심을 사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그런데 약간 지구 멸망?쪽에 꽂혀 있어서 그 때를 대비하기 위해 뭔가 안전가옥 같은 것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마실 물이 없어질 때를 대비해 직수 정수기를 산다는 둥.. 나중에 가야 D의 말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특이하지만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다.
섬머인턴 동기들
4 개월동안 4인 큐비클을 함께 쓰며 가장 많은 시간을 붙어 지냈던 친구들이다. 나를 뺴놓고는 전부 20대 중반..한 녀석은 20대 후반..너무 어린 친구들이었다. 4명의 동기가 있었는데, 같은 River Engineering소속의 A, 와 각각 다른 팀에서 온 T그리고 I가 있었다.
같은 팀 소속의 A는 바로 옆 자리에 앉았고 가장 친하게 지낸 녀석이었다. 특이하게 저 멀리 오타와에서 왔는데, 어떻게 오타와에서 여기까지 지원을 하나 했더니 여자친구가 캘거리에 산단다. 캐나다 출신 백인이었고 심성이 아주 착한 녀석이었다. 내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니까 말도 천천히 하고 이것저것 모르는 단어도 많이 설명해 주곤 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공통점도 있어서 가끔 LOL결승전이 열리기라도 하면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곤 한다.
I는 엔지니어 트랙은 아니고 SAIT를 졸업한 테크놀로지스트로 가는 녀석이었는데, 특이한 경력으로는 TD뱅크에서 3년 동안 일을 하다가 엔지니어링 쪽으로 길을 틀었다고 한다. 역시 캐나다 출신 백인 녀석이었는데 나한테는 살짝 Snobby한 ? 느낌이 들었다. 항상 자신감에 차 있고 모르는 것이 없는 듯한 태도, 그래도 유쾌하고 유머 감각이 넘쳤다. 다른 동기들도 이 녀석은 좀 특이한 녀석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우리 큐비클은 전자동으로 높낮이가 조절되어 스탠딩 석으로 변경이 가능했는데, 이 놈은 하루 8시간을 서서 일했다. 절대 따라잡기가 힘듬.. 그리고 flood 시즌에 한번 같이 차를 타고 돌며 수위 측량 하는 일을 했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많이 알게 된 시간이었다. 음악을 좋아한다든지..하지만 나랑 그렇게 잘 맞지는 않는 듯했던 친구.
마지막으로 T는 우리 4명 중 유일하게 여자 친구였는데, 나랑 같은 캘거리 대학 출신이었다. 중국계 동양인이었는데 캐나다 2세였다. 쪼끄만 덩치와는 다르게 아주 강단있고 자기 주장이 확실한 친구였다. 가끔은 같은 팀의 다른 여자 E.I.T.와 함께 직장 내 여성의 불리함에 대해 고민을 나누기도 했지만, 크게 여자여서 불리하다고 불만을 나타내거나 그런 생각을 가진 것 같지는 않았다. 시원시원하고 성격 좋은 친구였다. 인턴 생활 할때 마지막 학기라고 했었는데, 인턴 종료 1년 후에 후에 내가 현재 직장에 들어가서 LinkedIn에 상태 업데이트를 했더니, 자기도 같은 직장에 6개월 전에 입사 했다면서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서 지금 같이 MPE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브랜치는 캘거리..부럽다!
인턴십 마지막 날에는 팀이 다같이 근처 중국집에 가서 식사도 했다. 식사 하면서 감사의 편지를 N이 대표로 건네 주었다. 물론 프린트 되어서^^ 팀장님이 또 재택 하느라 참여는 못했지만 팀장님 편지도 있었다. 누구 하나 모난 사람이 없어서 정말 다시 들어오고 싶다고 생각한 직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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