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활/캐나다 일상생활

캐나다 911 이용하기 ..

따윤 2024. 5. 3. 03:47

우리 와이프는 원래 건강체질이다. 나는 툭하면 장염에 소화불량에 걸리기 일쑤인데, 와이프는 워낙 아픈 곳이 없고 건강관리도 철저히 하는 편이었다. 한국에서도 가끔 저혈압 증상만 있고 그랬다. 그런데 캐나다에 와서 911을 몇 번이나 불러야 했다. 특히 딸아이를 낳고 나서 와이프가 무척 아팠기 때문에 여러 번 911을 이용했던 기억이 난다. 


 

Long story short...

 

갓난아이만 있는 3인가정에서 어른 둘 중 하나가 아프면 그야말로 비상이다. 아이가 없을 때는 막연히 생각하기를, 어른 둘이서 애기 하나 케어하는게 뭐 얼마나 어렵겠어 하고 해외에서의 육아를 쉽게 봤다. 부모님 도움을 받는 이야기를 들으면 코웃음을 치곤 했는데..

 

실제로 낳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신생아를 케어한다는 것은 상상했던 것 이상의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거기다가 와이프가 산후 1주일 후 후유증으로 아파서 입원을 해야 했기 떄문에, 나는 입원한 아내와 갓난쟁이 애기를 동시에 케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도저히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직장을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른바 독박육아 + 독박간병.. 이럴 때 가족이 근거리에 있다면 큰 힘이 되었겠지만 우리는 혈혈단신 먼 이국땅에서 사는 몸. 부모님을 한국에 두고 멀리 해외로 와서 살기로 결정한 우리들의 업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변 지인들에게 철판을 깔고 SOS를 쳤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각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와주었다. 큰 은혜를 입었었고 앞으로 남은 기간 잘 갚아나가야 한다. 여하튼...


 

며칠 전에 와이프가 점심을 먹고 소화가 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는데, 그날 저녁부터 계속 토를 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마침 애기도 장염 비스무리한 것이 와서 하루에 10번 넘게 똥을 싸고 있었다. 와이프는 아파서 누워 있지 애기는 30분에 한 번씩 똥을 싸서 엉덩이가 짓무르지..나는 재택근무 중인데 제대로 일에 집중하지 못하지..애기가 싼 똥을 욕조에서 치우면서 울화통이 터질 뻔했다.하하.......와이프랑 애기가 동시에 아프니까 답이 없다. 노답!!!! 그래서 건강관리를 잘 해야만 한다. 이제 마냥 건강한 나이가 지났음을 실감한다.

 

 

 

 

아픈 몸을 추스리고 겨우 잠이 들었을까? 그날 밤 12시쯤 와이프가 자고 있는 나를 흔들어 깨웠다.

"오빠, 아무래도 나 병원 가야겠어. 너무 메스껍고 어지러워."

"그래? 그러면 내가 응급실 데려다 줄게."

"안 돼. 애기 있는데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 그냥 911 부르자."

 

그래서 911을 부르고 얍전히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기로 했다. 와이프가 911을 부르자 오퍼레이터가 한참이나 이것 저것 묻더니 대원들이 출동했다고 했다. 그 후로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이 쪼매난 도시에서 오는 데 왜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가슴에 Paramedic이라고 써있는 구급대원 3명이 집을 방문했다. 새벽 1시 정도라서 아기가 자고 있었는데 부엌 쪽에 옹기종기 모여서 처치를 시작했다. 

 

내 생각 같아서는 바로 와이프를 이동병상에 눕혀서 데리고 나갈 것 같은데, 이것저것 first assessment를 했다. 혈압도 재고 혈당도 재고, 체온도 체크하고. 증상을 이것저것 묻고. 이런저런 상황을 살펴보더니,

 

"지금 Vital사인은 다 괜찮은거 같은데, 따로 원인이 보이는 것 같지 않으니 이대로 병원에 가면 해 줄 수 있는 처치는 대증요법밖에 없다. 우리가 병원에서 해줄법한 약을 투여해 줄 테니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어때? 지금 가면 6시간은 대기해야 할 거야"

 

일단 두 가지가 놀라웠는데..밤1시에 응급실에 가도 6시간을 대기해야 한다는 것과 구급대원들이 온갖 종류의 주사용 약을 들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이 처치해 주는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약을 투여받고 집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Gravol이라는 약이 이런 증상에 듣는다고, 주사를 놔 주었다. 그러면서 아무 약국에나 가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다면서 다음 날 사서 먹기를 권했다. 

 

주사를 맞고 100프로 낫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와이프는 잠은 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바로 월마트에 가서 그라볼을 사 왔고, 이틀 정도 죽을 먹으면서 쉬니 완전히 회복되었다. 

 

한국처럼 바로 응급실에 보내주지는 않지만 대신에 이렇게 구급대원들이 할 수 있는 처치를 다 해주는 것이, 악명높은 응급실 대기상황을 생각하면 오히려 나은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여기도 진짜 응급이면 대기없이 바로 입원이지만..(눈물) 

다음 번에는 와이프 입원 썰을 한번 풀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