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대로 하던 일만 하고 루틴대로만 생활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한다. 기억할 만한 이벤트가 없기 때문에 뇌가 똑같은 기억을 일일이 저장할 필요가 없어 어제가 그제같고 그제가 또 그 전날처럼 생각나게 되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른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 비슷한 나날이 여러 해 지속되다 보면 그렇게 느끼곤 했다.
올해를 돌아보면 정말 정말로 사건이 많았던 해였다. 그래서 일년이 십년같이 느껴지지 않을까? 했는데 또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사건이 너무나 많으면 시간이 또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2023년도는 인생에 얼마 없는 격동의 한 해였다. 21년도가 캐나다로 처음 와 정착하고, 학교를 다니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해였다면, 23년도는 향후 캐나다에서의 생활에 중요한 기로가 되는 방향성이 정해지는 해였다. 5월에 학기를 졸업하고 취직을 함으로써, 캐나다에서 돈만 쓰는 국제학생이 아닌 돈을 버는 진정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났기 때문이었다. 첫 취직했을 때의 느낌은, 이제 나도 캐나다에서 1인분을 하는 사람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에 굉장한 자부심이 들었다.
돈을 버는 것 이상의 문제는 직무 적합성이었다. 이제 이 업무에서 쌓아 나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10년 20년의 캐나다 생활이 결정나기 때문에 직무가 맘에 든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다행히 취직된 곳과 업무가 굉장히 맘에 들기도 했고, 또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어디 모난 사람 없이 같이 일하기 편한 사람들이어서 직장은 꽤 맘에 드는 편에 속했다.
또 올해는 거주지를 캘거리에서 메디신 햇으로, 어떻게 보면 꽤 멀리 이동한 한 해였다. 취준 당시 캘거리 이외의 많은 도시에 지원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개중에 정말 괜찮은 도시에 취직되어,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이었다. 게다가 캘거리의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이 늘어난 우리에게 적절한 가격에 좀 더 넓어진 주거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일타이피의 기회가 되었다. 물론 희생해야 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조용하게 어린 아이 키우기에는 나쁘지 않은 도시라고 본다.
그래도 올해 가장 중요한 사건을 꼽자면, 2세가 태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국에서의 출산이 어려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임신 중에는 건강하기만 했던 산모의 건강에 출산 후 이런저런 악재가 겹치며 10년치 맘고생을 압축해서 했다. 누군가 아플 때 도와줄 수 있는 가족이 손에 잡히는 거리에 없다는 것은 상당한 고통이었고, 가까스로 정착한 캐나다 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돌아갈 생각까지 했다. (물론 지금은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 다행히 2세는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둘이 하는 육아는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삶에 참 기쁨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은 대단하다..
돌이켜 보면 23년은 캐나다에 와서 목표했던 바를 전부 이룬 한 해였다. 학위를 취득하고, 취직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사건사고도 많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잘 헤처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4년도 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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