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활/캐나다 회사 취업기

캐나다 토목 엔지니어링 회사 취업기 (4)

따윤 2023. 6. 8. 12:58

- 목 차 - 

캐나다 토목 엔지니어링 회사 취업기 (1)

캐나다 토목 엔지니어링 회사 취업기 (2)

캐나다 토목 엔지니어링 회사 취업기 (3)

캐나다 토목 엔지니어링 회사 취업기 (4)

캐나다 토목 엔지니어링 회사 취업기 (5)

 

 

그렇게 초심자의 행운으로 찾아왔던 3번의 면접기회를 전부 날려버린 후로, (면접 3번중에 하나를 못 붙겠어? 라고 자만했던 나 자신을 후회하며) 다시 절치부심해서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1월 중순 이후로 전혀 지원서를 넣고 있지 않았었는데, 이미 시간은 3월 중순이었고 이제 어느곳 하나 면접이 잡힌 곳이 없었습니다.

 

졸업이야 어떻게 한다고 해도, 졸업 후에는 이제 캐나다로 올 때 들고 왔었던 가용자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집의 전세 만기가 곧 도래할 시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21년도 캐나다로 올 때 부동산 최고 버블기에 최고가로 전세를 주고 왔는데, 23년에 이것이 최악의 역전세난과 맞물릴 줄이야 상상이야 했을까요? 21년도에 팔고 왔으면 인생에 남을만한 고점에서 빠지는 거래를 하고 올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그걸 아는 사람이면 뭐 전업 부동산을 하고 있었겠죠..^^) 이미 지나간 것은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부랴부랴 계산을 해 봤더니, 전세연장 시 돌려줄 전세금을 제하고, 한달 평균 생활비와 남은 현금을 고려했을 때 저희에게 캐나다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약 6개월 정도였습니다. 그랬습니다. 6개월후면 정말 렌트비도 못 내고 말 그대로 손가락 빨아야 할 처지였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대책없이 오지는 않았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세계 경제가 제 인생에 이렇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줄은 몰랐었죠. 발등에 불이 떨어져도 너무 큰 불이 떨어졌습니다. 이 6개월이라는 경제적 데드라인은, 졸업때까지 취업해야 겠다는 그때까지의 순진했던 마음 속 데드라인과는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3월 중순부터 정말 미친듯이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지원할 수 있는 모든 포지션에는 전부 지원하기로 마음먹고 Indeed와 LinkedIn을 하루 종일 쳐다봤습니다.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지원서를 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지역을 넓히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캐나다에 처음으로 와서 정착했던 캘거리에는 이미 많이 익숙해졌고, 친구들도 많아서 캘거리 내에서만 지원을 하고 있었는데, 범위를 알버타 주 내로 넓혔습니다. 소도시에는 젊은이들이 잘 가려 하지 않아 경쟁률이 낮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죠. 에드먼턴같은 대도시를 비롯해서 레스브릿지, 포트맥머리, 심지어 그랜프래리 같은 차를 타고 9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오지 도시도 일단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이기만 하면 무조건 지원서를 냈습니다. 차라리 이사하는 리스크를 지는 것이 캘거리에서 손가락을 빠는 것 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제는 방법이 없다! 네트워킹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까먹고 있었는데, 저에게는 작년에 씨티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기에 밟 넓은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씨티에서 일할 때 멘토링을 해 주시던 압둘과 존에게 무작정 연락을 해서 '나 지금 졸업을 앞두고 구직을 하고 있는데, 토목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 너네들이 컨설팅 회사랑 많이 일하지 않았니? 혹시 그런 회사들에서 구인을 하면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라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둘 중에 한명이 '자기가 Stantec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Stantec에서 니가 원하는 포지션에 공고가 하나 났다. 거기 써볼래? 거기 담당자랑 내가 친한데 얘기 해 두겠다.'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취업사이트를 샅샅히 보고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은 다 쓰고 있었기 때문에, 압둘이 얘기하는 Stantec회사에는 애진작에 지원을 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당연히 좋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얼마 후, 그렇게 Stantec에서 면접 연락이 오게 됩니다. 

 

Stantec 홈페이지

Stantec도 엄청 큰 컨설팅 펌들 중 하나기 때문에, 다들 가고싶어하는 회사였습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면접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기존에 준비했던 답변들을 Stantec 맞춤형으로 전부 변형 및 보강했고, 면접 볼 팀과 회사에 대해서도 샅샅히 조사했죠. 또 면접관들도 이력을 쭉 훑어보고 뭔가 면접 때 써먹을 만한 연결점이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Stantec 말고 면접이 잡힌 곳이 한 군데 더 있긴 했지만, 직원이 열명 남짓의 상당히 영세한 컨설팅 펌이라 Stantec이 훨씬 들어가고 싶은 회사였습니다. 

 

대망의 면접날, 4:1의 화상 면접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느 면접과 같이 면접관들이 자기소개와 제 자기소개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조금 달랐습니다. 이 회사는 답변을 STAR, 즉 어떤 상황이었나?(Situation), 너의 임무는?(Task), 어떻게 해결했나?(Action), 결과는 어떠했나?(Result)의 형식에 맞춰서 대답을 하라고 질문 전에 요청을 하더군요. 작년 씨티에 들어갈 때에도 요구받았던 답변 형식이긴 했지만, 그 때는 면접 전에 미리 서면으로 알려줘서 준비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제가 대부분의 답변을 준비해 놓은 상황에서 이런 요청을 들으니 너무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준비한 답변들 중에는, 저 형식에 들어맞는 답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때부터 뭔가 어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억나는 질문으로는 "너는 시간관리는 어떻게 해?", "뭔가를 배우는 너만의 방법은 뭐야?", "5년 후의 너의 모습은 뭐야?" 뭐 이런 것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저런 질문에 저 형식으로 대답하라는게 좀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STAR답변형식은 과거의 경험에서 질문에 대답이 될 만한 사건을 끌어와서 대답해야 하는 건데... 뭔가를 배우는 방식 같은 것은 일화나 사건을 내놓을 수 있지만 시간관리 같은 것을 물어봤을 때는 정말 제대로 대답을 못하겠더군요. 난 노트랑 아웃룩으로 관리하는데? 돌이켜보면 저 STAR형식은 Stantec에서 정해 놓은 회사의 채점표이고, 질문은 면접관들이 준비하는 거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면접관들이 제대로 된 질문을 준비해 줬었으면 더 좋으련만,, 뭐 다 핑계였죠. 

 

그래도 면접 자체의 분위기가 많이 나쁘진 않앗습니다. 떠듬대기는 했지만 대답을 못한 질문은 없었고, 특히 미래의 나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열과 성을 다해 대답했더니 면접관들의 표정이 좀 풀어지는 게 보였습니다. 1시간여의 면접이 끝난 후, 그래도 이 정도면 뭔가 기대해 볼만은 하겠다, (지인 추천도 있었고?) 정도의 생각이 드는 면접이었습니다. 

 

더욱 설레게 하는 사건은 면접 후 1주일 여 뒤에 일어났습니다. 면접관들 중 가장 고참이 저를 LinkedIn에 추가한 것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같이 일하기로 결정이 됐으니까 나를 네트워크에 추가를 했겠죠? 라는 아주 순진한 생각을 하고 기대에 부푼 2~3일이 더 지났을까? 면접관 대표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합격 전화겠죠? 아뇨... 불합격이었습니다.